• [경제 포커스]소비자중심에 30, 40대 여성이 있다
  •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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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광주(光州)의 한 공연장. 1990년대 최고 스타인 가수 신승훈이 등장하자 ‘아줌마부대’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프리미엄 냉장고 지펠이 ‘386세대’(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 여성을 위해 마련한 공연. 매년 1차례 열리는 이 공연에는 이문세 이선희 등386세대 코드에 맞는 가수들이 단골로 출연한다. 지펠은 에너지 절약, 무(無)소음 등을 내세우던 냉장고 광고의 전통적 틀을 버리고 ‘당신이 꿈꾸던 냉장고, 유럽에서 만난 냉장고’ 등의 감성 광고를 펼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하프연주자 나현선 등 문화예술인을 소개하고 문화동호회도 운영하고 있다. 가전제품이지만 ‘기능성’이 아니라 ‘삶의 품격’을 강조하는 것이다.

386세대 여성의 코드에 맞춘 지펠의 전략은 적중했다. 전체 매출의 45%를 386세대 여성 소비자의 지갑에서 끌어냈다.》

억척스럽고 실용적이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한국의 ‘아줌마상’. 그들의 실체가 달라지고 있다. 386세대 여성들이 소비의 전면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아줌마를 보는 기업의 눈도 당연히 달라지고 있다.

▽386세대 여성, 그들은 누구인가=프로패션정보네트워크 퍼스트뷰코리아는 서울지역 주요 상권의 20∼50대 여성 1000명(386세대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내놨다.

조사 결과 386세대 여성들은 △악착같이 일하는 엄마 21.7% △우아한 미시족 20.7% △코보스(한국형 보보스·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부르주아 계층) 18.9% △화려한 압구정족 17.1% △소심한 전통엄마 13.4%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퍼스트뷰코리아 이윤정 연구원은 “수입 개방, 해외여행 자유화 등을 경험한 386세대 여성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섬세하고 다양한 소비유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서 386세대 여성의 47.5%가 “자녀를 최고로 키우고 싶다”고 응답했다. 386세대 후반 여성의 한달 평균 자녀교육비는 117만1000원으로 50년대 출생 여성(104만8000원)보다 많았다. ‘8학군 증후군’ ‘사교육 열풍’ 등이 상당기간 계속되리라 전망하는 근거다.

부모의 눈높이에 맞춘 수입 패션브랜드의 고가 아동복이 등장하면서 국내 아동복시장은 98년 1조200억원에서 지난해 2조1000억원으로 2배 정도 성장했다.

▽386 여심을 잡아라=현대자동차는 여성을 겨냥한 모델 ‘뉴EF쏘나타 엘레강스 스페셜’을 3월 내놨다. 화장거울, 핸드백걸이 등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금융, 통신, 신용카드에도386세대 여성을 위한 상품이 다양하다. 20대에 밀리던 30, 40대 패션시장 규모는 2001년 4조9800억원에서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뛰었다. 386세대 여성의 구매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

이번 조사에서 소득이 있는 386세대 초반(1966∼1969년생) 여성의 월평균 개인소득은 330만원, 386세대 후반(1961∼1965년생)은 256만원으로 70년대생(204만원)과 50년대생(270만원)보다 많았다.

두산 식품BG가 최근 포장반찬 8가지를 개발하고 반찬시장에 뛰어든 것도 집안일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386세대 여성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 이번 조사에서 ‘미시족’으로 분류된 여성 가운데 40%가 김치를 사먹는다고 응답했다. 올 들어 포장김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50% 정도 늘었다.

프랑스 고급 브랜드 카르티에의 로랑 그로고자 사장은 “외국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30, 40대 여성 소비자의 저변이 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드 마케팅’이 열쇠=신세계백화점은 최근 VIP 고객에게 할인쿠폰 대신 공연티켓, 각종 강좌, 여행, 골프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주고 있다.

신세계 홍순상 과장은 “30, 40대 여성들의 문화와 레저 욕구가 높다”며 “연령, 취미 등을 분석해 취향에 따른 문화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386세대의 섬세한 취향과 코드에 맞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얘기.

퍼스트뷰코리아는 자녀교육열이 높은 ‘압구정족’ 여성에게는 ‘상위 1% 마케팅’과 교육산업과 관련된 ‘제휴 마케팅’ 등을 제안했다. 또 ‘코보스족’에게는 정신적 가치를 강조하는 ‘가치 마케팅’, ‘전통 엄마’는 정(情)에 호소하는 ‘가족 마케팅’과 품질을 비교하는 ‘평가 마케팅’이 알맞다고 분석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