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가 남자 속옷을 산다고?
점점 늘어나고 있는 아줌마들의 경제적 능력과 더불어 이들의 구매력 또한 이제 소비시장에서 직장인, 학생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줌마들에게 물건을 팔지 못하면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가정의 대부분의 물건들을 구입하는 사람, 아줌마. 이들의 지갑은 늘 바쁘다.
최근 다이어트 식품이후 최대의 히트상품인 기능성 속옷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한 세트에 백만 원이 넘는 속옷에서 시작한 이 유행은 10만 원대의 저가 기능성 속옷에까지 확대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마케팅 관련 종사자들은 콩나물 값을 깎고 사사건건 물건값을 따지는 주부들이 ‘설마 그럴수가' 하며 놀랐다. 항시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소비자라고 여겨졌던 주부들이 흔쾌히 거금을 지불하였을 뿐만 아니라 구매 후에도 그 효과에 대해 전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연 스스로가 주부라는 소비자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 반추하였다. 기능성 화장품 시장(노화방지, 기미제거 등)을 비롯해 수백-수천만 원에 이르는 홈인테리어/개조 붐 등을 통해 주부가 얼마나 엄청난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가계의 부도는 아줌마가 막는다

가까운 일본에서나 마케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일찍부터 이러한 주부시장, 더 나아가서는 여성시장에 눈을 돌려 차별화 된 제품, 유통, 광고 전략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기능성 속옷의 경우도 일본시장에서 개발된 상품이었다.


미국의 American Express 카드는 신용카드가 좀 더 여성(주부)들의 상품으로 인식되게 하는 캠페인으로 여성 카드소지자 비율을 50%로 올리데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나라의 마케터들이 이러한 서구 선진국가들보다 아줌마 집단에 훨씬 더 관심을 두어야할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주부에게 엄청난 ‘경제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와 일본의 주부는 서구 국가들의 주부보다 훨씬 더 가계비 관리에서의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남편의 월급이 은행 통장으로 주부에게 직배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강력하게 입증되는 사실이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현상이기 때문이다.
고가 가정용품 구입의 결정권도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주부에 비해 막강하다. 게다가 그러한 경향이 소득이 높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예전에 비해 점차 교육, 소득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로 볼 때 주부의 절대적 실권은 앞으로도 유지,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버릴 수 없는 본능 'younger looking'
그렇다면 이렇게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주부는 어떤 특성을 가진 집단인가?


확실히 직장인, 학생 집단과는 구별되는 집단이다.


이들은 언젠가부터 시작된 우리 사회의 10대 지향문화로 인해 더욱 더 구별되는 집단이 되었다. 대중매체로 인해 과장되기도 한 10대는 대중문화의 주요소비자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 타겟으로 인식되면서 언제부턴가 어린 것=좋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30밖에 안 된 아줌마들이나 심지어는 20대 후반의 많은 젊은 주부들이 ‘내가 젊었을 때는’을 외치며 늙은 사람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주부들은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younger looking’을 향해 끝없는 열망과 추구를 한다. ‘미시족’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미시모델, 미시를 타겟으로 한 잡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과거 실용성 위주로 소비하던 주부집단이 과시적이고 자기 표현적인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이어트식품, 운동프로그램, 몸매 보정 속옷, 고가 기능성 화장품 등이 이러한 특성을 마케팅화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부들의 특성은 ‘겉모습’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능력에 있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기를 원한다. 문화센터를 통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이나, 홈인테리어를 통한 자기 실현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들은 경제적 실권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의 실권을 가지면서 점차 사회적 실권을 가져가고 있다.
속삭임에 약한 me-too의 구매 패턴

최근 대중매체는 경쟁적으로 주부 참여 토론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방송 모니터제와 같은 상호적(interactive) 인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고 있다. 마케터들은 아줌마의 이러한 욕구와 열망을 광고나 드라마에 잘 투영시키고 있다. 그 속에서의 주부는 많은 경우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도 멋과 젊음을 지키는 그러면서도 행복한 가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부 이미지도 10대 문화처럼 과장된 점이 없지 않다.



주부 소비자를 세분화해보면 실제로 이러한‘자기 표현적' 미시족 유형은 대다수 주부들에게 이상적 이미지(ideal self image)임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들의 정보처리 과정은 비합리적이며 감성적이다. 이들의 구매 경로는 주로‘구전’에 의한 것으로 주변사람들의 권유나 선동에 아주 약하다. 이들은 정보를 비교하는 과정에서도 기준에 일관성이 없으며 가격에 민감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쉽게 가격요인을 잊는다. 순간적인 설득에 다른 모든 정보를 하찮은 요인으로 돌려버리기도 한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유행을 선도하는 일이 드물고 이러한 사실은 그들이 일정한 규격과 틀을 넘어서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적어도 혁신가(innovator)는 아니며 따라서 위험부담을 감수하지도 않기 때문에 me-too전략이 구매의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될 수 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 주부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어렵고 귀찮은 일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울워스(Woolworth)가 깔끔한 플라스틱 쥐덫의 판매에 실패한 경우만 봐도 다시 닦아 써야 하는 플라스틱 쥐틀은 아무리 깨끗하고 예뻐도, 한 번 쓰고 버리는 나무 쥐덫을 이길 수 없었다. 

연령대별 마케팅 포인트가 다르다
이밖에도 주부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주부들이 나이별로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나라 주부들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 진다. 나이가 들수록 집안에서 더 큰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50-60대 주부는 자녀를 분가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구매 결정을 행사하는 장본인이다. 평균 결혼비용이 천만 원대에 이르고 그 모든 소비의 결정이 전적으로 이들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타겟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연령대 주부 소비자의 특성 및 세분화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에 미시족을 포함한 30-40대 주부는 돈으로 행복을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대로 매사에 자신감 있고 스스로 해내는 사람들이다. 가구 구매, 외식, 의류 구입, 집수리 등 재정적 결정을 즐겨하고 가장 제품의 질과 가치에 관심이 있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쇼핑의 빈도도 가장 많고 소비가 습관화된 집단인 반면 의외로 이모저모 따져보는 정보추구형이다.
20대 주부들은 쿠폰이용 등 실용파가 많고 가격에 민감하며 원하는 물건을 찾아 여러 상점을 방문하는 열정 등을 보이는 집단이다. 강한 태도와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것도 과감히 시도해보는 집단이기 때문에 신제품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기도 하다.

  
아줌마를 타겟으로 하라’ 전략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매체에 의해 과장된 아줌마의 모습과 그들의 현실과 이상사이의 갭(gap)을 알아 세분화된 타겟을 찾는 일은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아줌마의 자기계발을 향한 끊임없는 욕구의 실체와 맥락을 아는 것이 그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여자와 아이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라? 는 탈무드의 오래된 상식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아줌마의 속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 부경희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 코넬대 졸업. 한국방송개발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이화여대, 고려대, 성균관대 강사 역임. 저서로는 <대의명분마케팅> <사랑마케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