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 아줌마~

인터넷 속 유머코너를 뒤지다 보면, 아줌마와 아가씨의 차이점을 말하는 유머를 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목욕탕에서 수건을 몸에 두르면 아가씨, 머리에 두르면 아줌마 / 파마할 때 예쁘게 해달라면 아가씨, 오래가게 해달라면 아줌마 / 모임에서 “언니 언니”하면 아가씨, “형님 형님“하면 아줌마 / 지하철 빈자리 주위 살피고 앉으면 아가씨, 앉고 나서 주위 살피면 아줌마 / 화장실을 나올 때 모든 마무리를 다하고 나오면 아가씨, 바지 쟈크를 잠그면서 나오면 아줌마 등. 보통 유머는 사회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다.

이런 비교가 유머가 된다는 말은 우리사회가 중년여성들을 비하하는 시각의 공감대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아줌마’는 최근까지 국어사전에도 없던 말이다. 최근의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어른 여자를 일컫는 아주머니를 홀하게 또는 정답게 일컫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아줌마’를 비하시키는 사회의 시각과는 달리, 중립적이거나 다소 긍정적으로 의미 지워져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비평가 ‘르네 지라르’ 의 말에 의하면, 사회집단은 집단 내부의 긴장을 줄이거나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희생양’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사회는 ‘아줌마’를 폄하하고 유머의 대상으로 자리 매김함으로써 사회 내부의 긴장을 줄이는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2. 아줌마라는 이름의 파워

하지만 마케팅의 시각에서 보자면, 아줌마의 존재는 강력할 수 밖에 없다.

가정용품이나 전자제품의 구매는 물론,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주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인터넷도 초기에는 남성의 전유물인 것 같더니 금세 여성이 추격하였고, 증권거래의 사이버 트레이딩 등의 영향으로 인터넷 주부의 비율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주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주부의 영향력을 우리보다는 외국인들이 먼저 파악하여 마케팅전략 등에 활용하고 있다. 1995년 프랑스 관광청이 만든 ‘한국 관광시장 보고서’에는 신종 마케팅 용어로 ‘아줌마(ajumma)가 등재되어 있을 정도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아줌마’를 ‘미시족’이라 부르면서 상업적으로 활용한 적이 있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 아줌마 같지 않은 세련된 주부, 아가씨 못잖은 감각과 유행을 따르는 주부라는 의미로 사용된 개념이다.

사실 이 개념은 신촌의 한 백화점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짜낸 마케팅 전략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다. 생각하며, 앞으로도 열심히 자랑스러운 귀뚜라미 가족으로 살아갈 것이다.

3. 아줌마 속으로






『클릭! 미래 속으로』로 유명한 마케팅 컨설턴트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은 최근에 ‘여성 트렌드에 관한 아주 특별한 보고서’라는 주제로 『이브올루션』라는 저서를 내놓았다.
‘이브올루션(EVEolution)’은 여성을 의미하는 ‘이브(EVE)’와 ‘진화(Evolution)’의 합성어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제 여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큰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고, 또한 여성들이 구매 행동의 주체가 되거나 혹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기업과 브랜드는 여성적 사고(Female Think)로의 변신을 꾀해야 할 때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여성에 대한 8가지 트렌드를 제시하면서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여성 마케팅의 방향 제시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여성’은 ‘미혼여성’보다는 ‘기혼여성’ 즉 ‘주부’의 성격이 강하다. 주부, 즉 아줌마에게 다가갈 수 있는 비결인 8가지 트렌드와 마케팅 방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부들을 연결시켜 친구로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보통 여자들을 수다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의 수다 속에 마케팅의 비결이 숨어 있다. 여자들의 수다 심리에는 연결(Link)의 욕구가 있다. 여성 인터넷 사이트들이 바로 여성의 수다 심리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부들을 위한 수다의 장(場)을 만들어 주든, 아니면 주부의 수다를 잡는 구전마케팅을 전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주부의 99가지 생활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남편들은 보통 자신의 아내를 한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다는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부의 생활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동시에 발생하는 일이 많다. 만일 주부에게 동시 발생하는 일을 줄여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여성을 감동시키는 히트상품이 될 것이다. 만일 놀이방에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해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있다면, 직업을 가진 주부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주고 죄책감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 여성의 마음을 한발 앞서가라는 것이다.






 여자들은 수다스럽다고 말하지만, 실제 속내를 잘 들어내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침묵으로 말할 때가 많다. 이것은 여성에게는 익숙한 심리이지만 남성들에게는 무척 낯설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어느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얼마든지 다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수많은 대안 브랜드들이 주부를 기다리고 있다. 굳이 불만을 제기할 필요도 없다. 그 브랜드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마음을 한발 앞서 읽는 예측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만일 상점 입구에서 고객들에게 작은 휴대용 스캐너를 준다면, 물건을 선택할 때마다 그것을 카트에 넣기 전에 스캔하면 총계가 나온다. 계산대에서는 돈만 지불하면 순식간에 계산하고 나올 수 있다. 계산대 앞에서 긴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넷째, 주부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을 점령해야 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광고들이 요란해지는 만큼 특정 광고의 주목도는 그만큼 줄어든다. 반면, 주부들은 작은 접촉들이 쌓여 전체적인 인상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웃집의 인테리어 바구니를 잘 봐뒀다가 자기 집에 그대로 따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부들의 시선이 닿는 작은 접촉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공익광고, 이벤트, 공동 마케팅, 공동 홍보 등은 주변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유용한 도구들이 된다. 코카콜라가 가족의 필수 영양소에 대한 공익광고를 할 수 있다.

다섯째, 걸어서든 뛰어서든 그녀에게로 가라는 것이다.







직업을 가진 주부는 물론 전업주부도 가족, 취미, 여가활동에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다고 불평한다. 주부들이 바깥 바람도 쐴 겸 쇼핑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물론 쇼핑 재미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주부도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영화나 음악회, 친목모임 등에 가고자 할 것이다. 홈쇼핑, 인터넷쇼핑의 매출이 급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앞으로는 식료품 가정배달 회사들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엄마가 쓰면 아이도 쓴다는 브랜드 물려주기이다.






다음 세대의 소비를 이끌어 주는 것은 현세대의 엄마일 수 있다. 주방기구 회사에서 장난감 주방기구들을 어린이 놀이방이나 유아원 등에 기증하는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일곱째, 여성과 함께 키우는 브랜드가 되라는 것이다.






여성은 누구나 양육에 대한 모성본능을 타고난다. 만일 특정 브랜드를 키우는데 주부가 함께 참여한다면, 그녀는 그 브랜드의 헌신적인 지원자가 될 것이다. 미국의 한 슈퍼마켓의 최고 경영진은 정기적으로 상점 내에서 고객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상점 중앙에 있는 유리 칸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객과의 정직한 대화, 고객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 등의 느낌을 줄 것이다. 주부들은 화장실에 관한 문제에서 계산대, 제품의 품질 개선, 폐품 재활용, 상품 배치 등 모든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할 수 있다.

여덟째, 주부들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는 투명한 브랜드가 되라는 것이다.






여성 소비자에게는 한번 신뢰를 잃으면 영원히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뒤에 가려져 있는 회사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즉 회사를 광고하는 운동을 시작하라는 말이다.
이성간에 만났을 때,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이렇게 느껴지는 차이가 비지니스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여성의 심리로써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성을 처음 알게 될 때 여성의 연애심리에 관한 책들을 읽듯이, 비지니스의 틀을 바꾸고자 한다면 앞에서 소개한 8가지 트렌드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여성은 세상의 반이지만, 주부의 구매영향력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장종철 / 제일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