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강 아줌마 파워] <上> 아줌마가 경제를 움직인다
  •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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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아줌마 파워] <上> 아줌마가 경제를 움직인다

주부 지갑 열어야 기업이 뜬다…‘女心잡기’경쟁 치열



‘아줌마 파워’가 경제활동을 좌우하고 있다. 가정에 갇혀있던 한국의 아줌마들이 적극적인 발언권으로 무장하고 소비·생산 현장에 등장,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강인하고 생활력 강한 중년 여성을 지칭하는 아줌마는 프랑스 관광청 보고서에 ‘Adjumma’로 등재될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도 모으고 있다. 경제 현장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는 아줌마 파워의 현장을 점검해본다. ( 편집자 )


서울 망원동에 건설 중인 ‘우림 루미아트’는 ‘곡절 있는’ 아파트다. 분양 광고까지 난 상태에서 1개월간 분양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주부들 때문이었다. 견본주택을 열기 직전 우림건설이 ‘주부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가진 품평회에서 “가구와 창호의 색을 바꾸고 거실 벽장식도 화려하게 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던 것이다.


우림건설은 분양을 미루고 2억원의 설계비를 추가로 들여 주부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뒤에야 분양에 나섰다. 권영태 우림건설 상무는 “아파트 분양의 승부는 주부들의 취향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선택권을 절대적으로 주부가 쥐고 있다는 얘기다.


막강 ‘아줌마 파워’가 기업 활동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돈지갑과 구매 결정권을 쥔 ‘아줌마’들이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서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소비 시장에서 주부 발언권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기업들은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마케팅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1조원대 거대시장으로 팽창한 김치냉장고는 ‘아줌마 파워’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다. 김치냉장고 ‘딤채’를 처음 만든 만도공조는 상품을 시판할 때 광고·선전에 의존하는 전통적 마케팅 전략을 버리고 철저하게 아줌마들 네트워크를 파고드는 전략을 취했다.


이 회사는 언론매체 광고보다 서울 강남 지역 주부 3000명에게 4~6개월 동안 제품을 써보게 한 뒤 주부들의 ‘입소문’에 승부를 거는 쪽을 택했다. 제품 출시 후에도 ‘딤채 계(契)’를 조직하는 등 주부들의 구전(口傳) 소재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김종우 만도공조 마케팅팀 과장은 “강남의 아줌마 3000명이 김치냉장고 시장을 창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줌마’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제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상품 기획 단계부터 주부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기업이 늘면서, 주부들이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생산자로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아줌마들이 시장을 키우고 창출하는 힘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아줌마들에게 ‘찍히면’ 낭패를 본다. 분유업체인 A사는 지난해 8억원에 최진실씨와 모델 계약을 체결하려다 주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중도 포기했다. “거액의 모델료를 지급하지 말고 분유값을 내려라”라는 요구였다. 빗발치는 항의로 회사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아줌마들의 막강 영향력은 가정을 단위로 한 경제생활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급속히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이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재(財)테크를 하는 주체는 57%가 주부였다. 남편이 재테크 운영권을 가진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김익태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 연구소장은 “과거 남성이 주도권을 가졌던 신문·보험·자동차·부동산에 대한 구매 결정권도 주부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여심(女心) 잡기’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가전업체뿐 아니라 주택·신용카드·이동통신 등의 업체도 주부 전용의 제품·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예컨대 신용카드업계에선 LG카드를 시작으로 국민·외환·삼성·비씨 등이 잇따라 여성전용 카드를 내놓았다.


실제로 여성들 씀씀이가 큰 편이어서 ‘여성=알짜고객’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일반 회원의 한 달 평균 사용액이 60만원이지만, 여성 전용 ‘지앤미 카드’ 회원은 73만원에 달한다. 연체율도 여성 전용카드 회원(2.3%)이 일반카드 회원(2.9%)보다 낮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아줌마 파워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사이버 쇼핑몰 ‘옥션’은 2000년 말 22만명이던 주부 회원이 올 4월 말에는 79만명으로 증가했다. 1년여 사이에 주부 회원 수가 무려 259%나 늘어난 것. 이는 전체 회원 증가율(89%)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인터파크’에서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한 고객 구성도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기혼 여성(30.2%)이 기혼 남성(23.5%)을 앞질렀다. 인터파크 김동업 팀장은 “불과 1년 사이에 인터넷 쇼핑몰의 주도권을 아줌마들이 장악했다”고 말했다.


( 曺中植기자 jscho@chosun.com ) ( 張源埈기자 wjjang@chosun.com )

(조선일보 02. 05. 16. 41면)